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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유친(父子有親)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기사입력  2017/04/28 [16:51]
▲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거나 함께 살지 못한채 자라난 아이를 비하해서 나무랄 때 ‘호로(胡虜)/후레’자식 이라고 말한다. 가슴 아프게 무시하는 욕설이다.

‘아버지 교육을 못 받은 놈’이란 비난이다. 아버지와 한 집안에서 지낸 사람들에도 정신적인 우호관계나 ‘존경하는 아버지, 사랑하는 아들’ 관계로 지내지 못한 경우가 적잖게 있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들을 들어 보자.

①나름 모범생에 우등생이었던 나는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사이도 좋았다. 그런데 내가 대학에 가면서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내가 서울에 있는 명문대에 가기를 바랐지만 난 내가 가고 싶은 학과가 있는 지방 대학에 진학했다. 그때부터 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졌다. 심지어 나 때문에 남들 보기 창피하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셨다. 성공하는 길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닌데 아버지가 생각한 길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게 실망한 아버지 모습이 오히려 더 실망스럽다. (21세 남자 대학생)

②우리 아버지는 IMF를 겪으면서 직장 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후 구직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어려운 형편에 난 간신히 대학에 갔지만 학비를 버느라 아르바이트를 달고 살아야 했다. 경제력을 잃은 아버지가 안타까우면서도 그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나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난 지금도 가장은 식구들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35세 남자 회계사)

③6남 1녀나 되는 자녀 뒷바라지 하느라 한평생 제철회사의 용광로 앞에서 일만 했던 아버지, 자식과 대화조차 나눌 시간이 없었던 아버지에게 난 “내 자식은 아버지처럼 키우지 않을 겁니다.”라고 치기 어린 반항도 했다. 그런데 어느덧 아버지 나이가 되니 나 역시 일하느라 가족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다.

다 자란 아이들과 대화를 해 보려고 “5분만 같이 있자.”고 말해도 바쁘다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버지의 삶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57세 남자 직장인)

④아버지는 수시로 집을 나갔다가 돈이 떨어지면 돌아 왔다. 그리고 엄마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 엄마가 거부하면 때리고 가끔은 내 가방까지 뒤져서 푼돈까지 가져갔다. 어디서 뭘 했는지 빚쟁이가 갑자기 찾아와 행패를 부릴 때도 있었다. 혹시라도 친구들이 우리 집 사정을 알까 봐 불안하기만 했다. 예순을 넘긴 아버지는 예전보다 기력이 떨어져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만 매번 술에 절어 ‘돈 달라.’는 말은 여전하다.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것 같다.(31세 여자 치위생사)

⑤많으면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빠와 만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와 아버지가 이혼하면서부터다. 우리 반에도 나처럼 아빠와 떨어져 사는 애들이 있어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아빠를 만나면 용돈을 받으니까 좋기도 하고 요즘은 학원에 다니느라 바빠서 아빠를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고 있지만 보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이 된다. (15세 여자 중학생)

⑥시골에서 상경해 맨손으로 사업을 일군 아버지는 하루에 서너 시간 자고 일만 했다. 운수 사업을 했던 아버지는 손수 컨테이너를 끌고 전국을 다녔기에 얼굴을 자주 볼 순 없었지만 우리 집의 든든한 기둥 같았다. 멀리 지방에 내려가도 항상 집에 전화를 걸어 우리 안부를 묻곤 했던 아버지, 긴 대화는 나눌 수 없었지만 끊어지지 않는 작은 관심만으로도 난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다. (42세 여자 주부)

여러 종류의 아버지상을 보았다. 자기 가정과 비교해 보면서 가정의 평화와 가정 내 인간관계 그리고 아버지의 위치와 역할을 생각해 보자. 중장년층 여인들의 71.8%가 늙은 남편을 돌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에 대한 청소년의 인식을 보면 대학 교육비를 부모가 지원해야 한다(98.4%), 결혼 비용도 부모가 지원해야 한다(86.7%), 미취업 성인 자녀의 용돈도 부모가 지원해야 한다(72.2%) 했지만 반대로 부모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데 대해 청소년들은 2003년(67.1%)보다 2013년(35.6%)엔 훨씬 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우리 아버지는 위대한 분이 아니었다. 대단한 돈을 벌거나 신문에 이름이 난 적도 없다. 하지만 그분은 위대한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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